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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How tragic it is that you already know your last.


나는 푸른색의 얇은 가운을 입고 차가운 진찰대에 누워 의사에게 내 증상을 설명했다. “35세,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전에 없었던 요통. 의사 면허 시험 문제라면 답은 분명 암이겠죠. (중략)”

사실 요통에 관해서라면 내가 그 의사보다 아는 것이 더 많았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수련해온 기간의 절반을 척추 장애에 할애했으니까.(『숨결이 바람 될 때』, 흐름출판)


Dressed in a thin blue gown on a cold examining table, I described the symptoms to her. "Of course," I said, "if this were a boards exam question―thirty-five-year-old with unexplained weight loss and new-onset back pain―the obvious answer would be cancer.(…)" The truth was, I knew more about back pain than she did―half of my training as a neurosurgeon had involved disorders of the spine.(When Breath Becomes Air, p. 5-6)


신경외과 레지던트인 서른여섯의 폴 칼라니티. 그는 탁월한 연구 성과로 유명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유능한 의사다. 커리어의 정점에 올랐던 그때, 그는 심한 요통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체중 감소로 의사를 찾아간다.
서른여섯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퍼센트. 그는 예상 가능한 다른 질환을 떠올려보지만, 자신을 덮쳐오는 지독한 통증 속에 점점 확신을 얻는다. 자신의 온몸에 퍼져있는 것이 다름 아닌 암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암의 예후를 스스로의 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When Breath Becomes Air>의 한국어판 표지와 영국판 표지



그 주말에 스탠퍼드 신경외과 동문 모임이 있었고, 나는 거기에 참석하면 예전의 나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있어 보니 지금의 내 삶이 예전과 얼마나 다른지 더욱더 실감날 뿐이었다. 내 주변은 온통 성공, 가능성, 야심으로 가득했다. (중략) 동료들과 선배들은 이제 나와는 다른 삶의 궤도를 따라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 『숨결이 바람 될 때』 中


A local meeting of former Stanford neurosurgery graduates was happening that weekend, and I looked forward to the chance to reconnect with my former self. Yet being there merely heightened the surreal contrast of what my life was now. I was surrounded by success and possibility and ambition, by peers and seniors whose lives were running along a trajectory that was no longer mine,(p. 146-147)



그는 확진 후 남은 레지던트 기간을 끝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아내의 배 속에는 아기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약속된 기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는 안타까워하고, 끝까지 자신의 것을 완수하고 떠나갔다.
수술 집도 중 현기증을 느끼는 모습 등이 묘사되어 나를 아찔하게 했다.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와의 사이에 아기가 생겼다는 부분에서도 아연했다.


그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한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강렬한 삶의 욕망을 움켜쥐고 떠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 또한 죽음을 목전에 두어 본 적이 없기에 감히 그의 마음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 책으로 내 삶을 소중하게 가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2019년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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