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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탄생〉을 본 첫 순간이 생생합니다.

〈비너스의 탄생〉을 본 첫 순간이 생생합니다. 유리 보호막 안의 그림은 미술책에서 본 것처럼 크고 선명하지도, 반짝이지도 않았습니다. 절대적인 미에의 압도를 기대하던, 미술에 대해 아는 바의 총량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저는 기쁨 반 실망 반으로 우피치 미술관을 빠져나왔죠. 그러나 에어비엔비의 낯선 침대에서 잠들기 전 자꾸만 떠오르는 단 하나의 그림은 보티첼리의 그것이었습니다.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캔버스 위에 템페라, 172.5×278.5cm, 1486, 우피치 미술관.

그런데 여러분, 상상해본 적 있으세요? 

여러분에게 강렬한 영감을 준 작품이 '위작'일지도 모른다는, 지독한 상상 말예요. 

작품을 보면서 느낀 모든 감정들이 송두리째 들리는 결말을, 우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집에 그림 걸려 있는 분 계신가요?"

"집에 그림 걸려 있는 분 계신가요?" 작가의 질문에 두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이어진 '위작 시장이 얼마나 큰지 아세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최연욱 작가는 '미술 초짜'인 청중들에게 위작의 A부터 Z까지 알려주었습니다예정된 강의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청중도강연자도 서점을 나가지 않았죠.「위작의 미술사」의 저자 서양화가 최연욱은 천칠백여 개의 게시물과 2만여 명의 이웃을 보유한 파워 블로거입니다은밀한 위작 제작의 현장부터 미술계를 뒤흔든 위작 스캔들까지흥미로운 위작 미술 전반의 이야기를 지난 2동네 서점 북바이북에서 강의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볼프강 벨트라키Wolfgang Beltracchi가 그린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위작은 원작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20세기 마스터피스 리스트에 오릅니다. 그의 아내는 완벽한 위작을 위해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캔버스, 물감을 현지에서 직접 구해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위작 작가인 데이비드 스타인David Stein은 플로리다의 어느 은퇴자 부촌에서 샤갈Marc Chagall의 위작을 판매합니다. 우연히 갤러리를 방문한 샤갈이 위작을 발견하고, 스타인은 붙잡히게 되죠. 그러나 구매자들은 진술을 꺼리거나 오히려 그를 두둔합니다. (다음의 구매자의 변론에 씁쓸함을 느낀 사람, 저 뿐만은 아니겠죠...!)

"이 작품은 샤갈의 것과 거의 똑같아요, 우리 집을 방문한 미술감정사도 감탄했죠. 스타인은 가난하게 태어났어요. 실력 좋은 화가이지만 자신의 그림으로 성공할 기반이 없었죠. 남들처럼 비싼 아파트와 좋은 차를 가지고 싶은 욕망은, 나쁜게 아니잖아요? 그는 자신의 재주를 십분 활용한 것 뿐이에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저는 그의 그림이 좋아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1nOweWPjFU&feature=youtu.be


미술 관련 책을 읽기 전엔 항상 두려움이 앞섭니다.

미술 관련 책을 읽기 전엔 항상 두려움이 앞섭니다.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으니까요!!! 세상에 유명한 작가는 또 얼마나 많은지, 작품과 작가를 연결하기에도 벅찹니다. 「위작의 미술사」는 미술 전반을 다루지 않습니다. 책 자체의 구성은 조금 엉성하고, 출판사와 작가의 이름도 낯섭니다. 주제도 마이너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마주친 이 책으로 저는 미술 책을 몇 권 더 읽고, 현대 설치미술만 좋아하는 짧은 입맛을 (아주 조금) 확장했습니다. 가볍게 미술 책을 읽고 싶은, 미술을 잘 모르는, 정사보다 야사가 좋은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가볍게 미술 책을 읽고 싶은미술을 잘 모르는정사보다 야사가 좋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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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숨은 인권이야기

18년 1 창비에서 출간한 「불편한 미술관」. '인권'의 시각으로 명화를 바라봅니다. 인권과 감수성과 감상의 깊이를 키울 수 있어요. 미학과 출신 만화가 김태권이 지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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