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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세 줄 요약

와타나베씨는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서 일하다 부패하지 않는 자본의 불합리에 환멸을 느꼈다. 동료였던 마리와 결혼하여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가쓰야마에서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지향하며 천연균을 직접 배양하여 빵을 발효시킨다. 가혹한 노동, 불합리한 경제구조, 위협받는 먹거리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왜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네 개의 Keyword로 살펴보자!



Keyword 1_순수, 모두가 비웃지만 누구나 바라는 것.

"매입자가 없어서 토마토는 3톤이나 또 썩고 있네요." 같은 이야기를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생산자에 대한 경의, 생명이 있는 것을 다룬다는 자각, 자연의 결실을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짓밟아버린 데 대한 자책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략) 세상이 교과서 속 이야기처럼 선하게만 굴러가지는 않는다고,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불합리함도 수긍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고 사람들은 말할지 모른다. 내가 그 회사에서 경험한 내용은 많든 적든 누구나가 일상 업무 속에서 경험하고, '어른'이라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세상의 잿빛 단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생각한다. 그건 잘못된 거라고.(19쪽)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서 일하면서 저자인 와타나베씨가 겪은 일 중 일부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순수하기 짝이 없다. 바보 같아 보이지만 부럽다. 이런 사소한 말에서도 느끼는 '불편함'이 결국 와타나베씨의 진짜 삶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분명 균의 부름을 받고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거야.' 그것 말고는 도저히 이런 행운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셔보았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으로 맛난 물이었다.

그는 가치관이 같은 마리씨를 만나 그 '순수한 생각'을 현실의 삶으로 옮길 수 있었다. 좋은 균을 만들기 위해, 깨끗한 물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는 부부의 순수한 열정은 독자를 감동하게 만든다. 




Keyword 2_성공담, 그 짜릿한 대리 만족.


성공담을 만드는 데에는 꼭 고난이 필요하다. 학자인 아버지와 달리 방황했던 청년 시절, 직장에서 부조리에 맞서 싸우다 왕따가 된 경험, 그리고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로서 착취당하며 고군분투했던 지난 시간까지, '자연의 섭리에 맞는 빵'을 만든다는 정의로운 목표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연과 만나니, 그의 이야기는 숭고한 소시민의 영웅담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이거나,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담이 뭐 별거 있나, 거창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루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 아니겠는가.


어느 날 상사가 자재업자를 봐주고 뒷돈을 챙기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런 푼돈으로 저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위세 좋게 상사를 몰아세운 후 그의 부정을 더 윗선에 보고했다. 그랬더니 웬걸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사내 모든 직원에게 눈총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비슷한 부정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회사 일이 갑자기 힘들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서른 살이나 먹은 신입사원이 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입만 살아서 모두가 거북해하던 참이었는데,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20쪽)

"주먹밥 같은 거 싸오라는 말, 사장님한테 못 들었어요? 배고프면 짬을 봐서 꺼내 먹어요."

(중략)

"이 집은 휴식시간이 따로 없어요. 화장실 정도만 가게 해줘요. 그러니까 작업 중간중간에 재빨리 먹어야죠. 쉬는 꼴을 보면 '쉴 틈 있으면 물건이나 만들어!'하고 불호령이 떨어져요. 생긴 것처럼 되게 무서워요."

쉬는 시간이 아예 없다고? 밥은 작업 도중에 선 채로 먹고?(39쪽)



Keyword 3_트렌드를 간파한 출간 시기


와타나베씨는 자기 삶의 매커니즘 자체를 자연 친화적이고 정의로우며 양심적이게 만들고자 했다. 그렇기에 21세기의 삶이 아닌 물물교환의 시대로 퇴행했다. 웃기게도 퇴행했기에 진보했다. 그의 행보는 요즘의 트렌드에 딱 맞았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내가 아는 재료로 내가 아는 공정을 거쳐 투명하게 판매되고 그 이익이 내 주변의 사람에게 돌아가는 '로컬 푸드'에의 지향, 소비함으로써 얻는 즐거움과 고민을 포기하고 진정한 나에게의 집중을 바라는 '미니멀리즘'. 모두 거대 자본주의의 흐름에 반하는 현재의 트렌드다. 일부의 사례로만 보이는 와타나베씨의 경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러한 시류와 맥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196쪽)



Keyword 4_마르크스, 익숙하지만 어려운 그 이름


와타나베씨는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온다. 노동과 상품의 의미, 거대 자본의 엄혹함을 설명하기에 마르크스는 제격이다. 그러나 와타나베씨는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진정한 먹거리를 만들고 가치있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마르크스를 빌려온 것 뿐이다. 와타나베씨는 궁극적으로 노동자가 각각이 생산수단을 가진 '소상인'이 되길 바란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은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모두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한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그 방법이 잘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본다.(185쪽)

이 책으로 자본론을 이해하려 한 독자가 있다면, 그 독자는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마르크스 사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온 책이다. 힘을 주고 읽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가볍게 잘 읽힌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마르크스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비추

로컬푸드, 슬로푸드, 슬로 라이프, 웰빙, 자연 친화적 삶, 워크 라이프 밸런스(워라밸),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귀농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중년층에게 인기 많을 책이다. 부모님 세대 선물용으로 딱이다.



미안, 난 오글거린다

일본 성공담 특유의 작위적인 멘트는 내 발끝까지 오글거리게 했다. 와타나베씨의 할아버지는 꿈에 나타나 "이타루. 너는 빵을 만들어보렴."(22쪽)이라 말한다. 꿈결에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이 할아버지라 확신하는 와타나베씨라니! 심지어 한 번도 뵌적 없다며! 그런데 그에 이끌려 빵집까지 차렸다. 대단하다.

더 압권은, 손님이 아버지의 임종 직전 와타나베씨가 운영하는 '다루마리'에서 빵을 사간 후기를 들려주는 장면이다. "저희 아버지는 다루마리의 빵을 드시면서 돌아가셨습니다. 입에 문 빵 한 조각을 맛있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 댁 빵이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 만찬이었습니다."(198쪽) 또다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이제 막 와타나베씨의 삶의 철학에 귀기울이려했는데 이런 작위적인 멘트가 등장하다니....... 물론 그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많이 숨어있을테니까. 그러나 일본의 정서를 이해하기에 내 손발은 너그럽지 않다. 

사실 마르크스를 빌려오지 않아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을테지만, 굳이 마르크스를 소환한 이유는 자신의 가치관에 유명인의 철학을 대입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의도로 읽힌다. 다시 한번, 그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읽힌다. 작위적 멘트와 자연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종교와도 같은 말들이 섞이니 그렇게 보일 수 밖에. 그리고, 끝으로 갈수록 마르크스나 노동의 가치보다는 '로컬푸드', '슬로푸드', '균 배양법' 사례가 되어간다... 마르크스의 철학을 우선으로 설명하느라 이야기의 시간 순서도 뒤죽박죽이 되었다. 다행히 카피는 잘 지었다.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라니. 천연군 이야기가 카피에 없었으면 단단히 삐칠 뻔.

단행본 편집자를 꿈꾸는 취준생인 나는, 취업만 시켜준다면 검은 것을 희다고, 아니 울트라 바이올렛이라고도 할 수 있을 지경이다. 그래서 순수한 와타나베씨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진다. 자본주의의 질서를 바루잡는 그를 높게 삼을만 하지만, 그의 꿈이 직업적 성공이 아닌 가치관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었기에 가능한 전개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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