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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강을 쓰는 자와 요강을 비우는 자의 구분_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

모세의 아기를 밴 나나는 모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그곳에서 모세 부모님의 묘한 수직관계를 인식하죠. 

요강을 쓰는 자와 요강을 비우는 자의 구분. 

의문을 품은 그녀에게 모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두사람은 부부잖아요, 부부 사이에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길일에 아기를 낳기 위해 배를 열라는 시어머니, 

요강 없이는 배변을 못 누는 신체 멀쩡한 시아버지, 

그리고 아픈 나나 어머니의 존재를 부모에게 숨기는 모세. 

“하지만 모세씨가 바라는 가족은 될 수 없어”

라고, 나나는 결혼하기를 거절합니다. 분노한 모세는 그녀의 목을 조릅니다.


나나에겐 언니 소라와, 이들 자매를 먹여 키운 옆집 아줌마 순자와, 

순자의 아들이자 그녀의 오빠와도 같은 나기가 있습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연간 행사처럼 만두를 빚고, 아기를 위해 조각 이불을 만드는 그들은 

‘평범한 가족’보다 온전하게 서로를 위합니다. 

모세에게서 나나와 아기를 보호하는 것도 바로 그들입니다.


황정은은 평범한 가족의 허상을 벗어나 대안적 가족으로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소라, 순자, 나기와 함께 나나와 아기는 세상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을까요?

나나와 아기를, 아니 미혼모와 사생아를 구별짓는 우리는

'평범한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야 비로소 행복하다는, 실체 없는 신화를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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