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노트에다 우리 모두의 이름을 썼다. 그리고 내 이름을 향해 화살표를 그리더니 짧은 문구 하나를 적어주었다. AMIGAS TODA LA VIDA 평생의 친구 아, 이렇게 한순간에 평생을 약속할 수 있다니……. #드로잉모로코 , p.106 동양인 여행자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저자는 그림으로 소녀와 말을 주고 받는다. .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 사람에게 평생의 친구를 약속하는 소녀. 누구에게나 기꺼이 마음의 울타리를 허무는 어린아이다운 선함에, 그리고 그 선함에 감동할 줄 아는 저자에 나는 일면 반성했다. . 모로코에서 나는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고, 성추행을 당하지 않으려고 주위를 경계하느라 모로코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저자가 경험한 모로코도, 내가 경험한 모로코도,..
채용이 끝났지 삶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올해 처음으로 면접을 보고 나오면서 저는 탈락을 직감했습니다. 당장 친구들에게 올 카톡이 싫었고, 결과를 물을 엄마의 전화가 두려웠습니다. 지금까지 한 노력은 다 무용지물.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기회가 간절해서 더 그랬습니다.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그 감정에 잠겨 자기 위안에 빠질 참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일주일 정도 칩거하다가 다시 제게 주어진 일을,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신입 채용 공고를 기다리는 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커다란 무력감이 저를 덮쳐 왔습니다. 숨이 막혀 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고작 접시 물에 코를 박고 괴로워하는 걸까? 내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