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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금요일20_에디터D

칼럼명 :  

제목 : 별수 없이 돈벌이는 계속되어야 한다

작품 : 이슬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며칠 전 친구가 단톡방에 우르르 사진 열 장을 보냈다. 찰흙으로 빚은 익숙한 얼굴이 수십 개. 조소 실기 고사의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단다. 여섯 시간 동안 오 분에 한 번씩 몸을 돌려가며 받은 돈은 10만 원 남짓. 콧대와 눈매가 조금씩 다른 찰흙 쌍둥이들이 일렬로 늘어선 광경은 참으로 묘했다.

 

그리고 여기,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고 단상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가 있다. 자전적 그림 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저자 이슬아는 카페에서 시급으로 사천백십 원짜리 알바생으로 일했다. 고수익 알바를 찾던 그녀는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할수록 많은 수입을 얻음을 알게 된다.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 그날, 그녀는 고민 끝에 부모님께 자신의 새로운 일을 말씀드린다. 엄마 복희는 잠시 말이 없다가 그녀에게 묻는다. “무엇을 준비해야 해?”

 

별수 없이 각자의 돈벌이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슬아는 말한다. 그녀는 대학생이자 잡지사 막내 기자이자 글쓰기 교사이자 누드모델로 일하면서 연재를 계속한다. 밥벌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 이 모든 직업은 그녀를 이루는 일부이자 생계를 잇는 방편이다. 이슬아는 이들 밥벌이 중 가장 독특했던 누드모델 일의 디테일을 수필로 모아 문학상에 공모하였고, 수상하였다. 결국 자신의 일을 풀어냄으로써 '연재 노동자라는 새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그녀는 요즘 독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다음 에세이에서는 가수로서의 일을 들려주려나. 그녀의 새로운 일이 기대된다.


컨셉진에디터스쿨 2주차 과제로 낸 글이다.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신규인력양성과정 준비중인데 독서이력서를 내야 한단다.

그래서 자료 찾다가 발견.

퇴사 후 출판사 채용공고가 너무 안 나와서 결국 다시 교육생으로 지원하게 됐다

탈락한다면... 아우 아찔해라.

다른 직종을 알아봐야겠지. 고시 준비를 하거나.


요즘은 누굴 만나나 한탄부터 하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복잡하다.


이 글 보는 에디터 지망생들, 되도록이면 편집자 안 했으면 좋겠다.

절대적으로 채용하는 인원이 너무나 적다. 올해 3월까지 알 만한 출판사의 채용공고는 단 두 건이었다. 두 명이 취업한 것이다. 작년까지 통틀어도 열두 건이 채 안 된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해야지. 


.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의 이야기다.


컨셉진은 운영 3년만에 폐간 위기에 놓였다.

광고 없는 잡지이기에 수익이 원체 나지 않았고, 그녀는 알바를 하고 빚을 내며 사업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녀가 폐간을 결정하고 마음을 추스리던 그때, 한 화장품 업체에서 컨택을 해온다.

그 업체의 일을 맡으면서 빚을 다 갚고, 그녀는 컨셉진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빚을 지고 알바를 하면서 꾸려온 3년. 그녀의 3년.


나는 이 이야기에서 힘을 얻었다.

아직 더 할 수 있겠다고. 내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있다고.

내 실력을 벼리며 때를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자마자 뛰어들어 채고 마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다.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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